포커 페이스

 

    포커 페이스는 흔히 포커판에서 사용되는 용어로서 사전적인 의미는 아무 감정도 표출하지 않는 무표정을 일컬으며 포커에서는 자신 패의 좋고 나쁨을 상대방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표정을 바꾸지 않는 것을 말한다.

 

    트럼프가 며칠 전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 시 시진핑을 가리켜 세계적인 포커페이스라고 한 말이 있는데 맥락상 좋은 뜻으로 한 말은 아닌 것 같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북미정상회담 준비가 그들의 의도나 목표대로 잘 오고 있었는데 김정은이 시진핑과 만나서 회담을 한 이후에 변했다는 말을 하면서 경고에 가까운 멘트를 날렸던 것이다. 그 이후 전개된 북미회담 취소 결정은 익히 아는 바와 같다. 다행히 극적으로 상황이 재 반전되어 지난 토요일에는 누구도 예상 못한 남북 정상이 다시 만나 회담을 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북미회담이 재개될 수 있는 상황으로 바뀌기는 했다.

 

    트럼프가 지목한 세계적인 포커페이스 시진핑. 그를 멀리서나마 본 적도 있었는데(트럼프도 마찬가지이다), 마치 왕을 보는 것 같은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TV에서 볼 수 있는 시진핑의 표정은 크게 변화가 없어 보인다. 어떻게 보면 그냥 평범한 동네 아저씨 같은 인상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의 집권 이후 바뀌고 있는 중국의 정치 지형을 보면 예전과는 사뭇 다른 독주체제를 굳히고 있는 것을 보면 수더분한 표정 속에 숨겨진 다른 면이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정적을 제거해 나가고 권력을 강화해 나가는 그를 이웃 나라입장에서도 그리 달가운 일은 아닌 것 같다. 그의 집권 이후 팽창되고 있는 군사 전력도 그렇고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나라들과 크고 작은 분쟁들을 일으키고 있는 것을 보면 위험해 보이기도 한다. 아마도 북미 회담이 결정되고 한국이 중재자로 나서는 것을 그의 입장에서는 그냥 넘길 수는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김정은 입장에서도 체제 안정의 차원에서 중국의 도움이나 조언이 필요했을 것이고 이런 조건에서 시진핑과 김정은의 회담이 두 차례나 열렸을 것이다.

 

   

    이에 대한 트럼프의 견제구 내지는 상황 반전 카드가 나오면서 중국은 다소 뒤로 밀려나는 형국이 된 것 같다. 여러 언론에서 분석하는 바와 같이 중국이 나올수록 미국에서는 더욱 강한 견제를 하게 될 것이고 이는 북미회담의 성사가 더 어려워짐을 의미할 수 있기에 북한으로서도 어쩔 수 없이 한국의 도움도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을 것 같다. 그러나 시진핑의 중국이 그냥 이 상황을 계속 뒤로 물러나서 관망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그들로서는 북미가 가까워지고 더 나아가 남북미가 손을 잡고 이끌어 가는 상황이 유리할 것이 없다고 보기 때문에 어떤 시점에서든 다시 개입을 할 것이 분명할 것이다. 현 시점에서 포커페이스 시진핑이 판을 그르칠 것인지 도울 것인지 상황을 냉정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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