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을 잊지말아야 할 이유..


by krawlito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2009년 1월 20일 새벽에 벌어진 이 일이 일어난지도 300여일이 다 되어간다.
비극이 일어난 구조적인 문제, 진압당시의 책임 소재, 보상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 사건은 그러나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채 사건의
당사자들만 외로이 현장에 남아 메아리 없는 외침만 토해내고 있을 뿐이다.

도시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낡은 환경을 개선하여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살고자 하는
마음이야 누가 없겠는가. 본인도 20여년전 살던 산동네가 대대적으로 개발이 되면서
몇년간을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새집으로 이사갈 날만을 기다리며 살아갔던 적이 있다.
그러나 그때도 가진 것 없는 세입자들은 이주비나 보상 문제에서 소외되거나 불이익을
받을 수 밖에 없었으니 수긍하기 어려웠고 혹여 집주인이었다 하더라도 턱없이 작은
보상의 문제, 건설사 선정 과정에서의 비리, 그와 깊이 연관된 조합의 문제 등으로 이주는
결코 쉽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철거 현장은 철없는
아이들의 눈에도 마냥 즐겁고 그리 정겨운 풍경은 아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서울은 여전히 개발되고 있고 그 과정에서 희망을 품는 사람들도 물론 있을
것이다.
서울의 인구 문제를 떠나서 돈이 돈을 낳는 구조상 집에 대한 욕망을 근간으로 하는 재개발,재건축은 서울, 도시가 존재하는 한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가지지 못한 이들이 소외되고 계속 밀려나기만 한다면 그들이 가야할 곳은 어디인가. 그들이 어디를 가던 말던 개발의 논리에 밀려 그냥 잊혀져야 하는 것인지 말이다. 그들이 갈 곳이 없어 빈민으로 전락하고 이곳을 떠나가는 것을 그저 없는 탓으로 돌리면서 그래야 하는 것일까.

용산은 서울 도심에 위치하고 있으면서도 외국군대가 합법적으로 주둔하고 있는 곳으로
한강조망권,
미군기지 이전 등으로 금싸라기중의 금싸라기땅으로 불릴만 한 곳이니 이권을 가진 자나 회사들이 그냥 두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개발에 있어서 꼭 지켜야 할 원칙까지 무시해버리고 밀어 붙여 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저항을 불러일으키는 것 또한 필연일 것이다. 그런 이유로 협상을 하고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주거민들에게 최대한 불편이 없도록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인데 이 사건은 그러한 과정들이 무시되고 테러진압 당하듯이 사망자가 발생하는 비극이 일어나고 만 것이다.

 그렇다면 시간이 한참 지난 이 사건을 왜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
그것은 이 문제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선 짚고 넘어야 할 문제는,
이 사건은 국가에 의해 행해진 도시빈민층에 대한 합법적인 폭력이라는 점이다. 그들이 새총을
들고
화염병을 들어 위협을 하였으니 공공의 안전을 위하여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공권력은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왜 그럴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고 무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찰 특공대가 무엇인가? 대터러 진압을 목적으로 고도로 훈련되어진 경찰들이 아닌가?
그들이 왜 힘없는 약자들에게 무자비하게 그랬는지 설명이 되는가. 그들은 체제를 전복시키려고 한
사람들도 아니요 용공단체의 사주를 받은 이들도 더더욱 아니다. 단지 생존권 사수를 위하여 조금은 격하게 반응하였던 것인데 그렇게까지 했어야 하는지는 분명히 납득할 만한 설명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용산구청장은 이들에게 "떼잡이들"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비하를 하였다고 하는데 이또한 언어 도단이자 그들에게 가해진 폭력인 것이다. 국가가 필요 이상으로 개입을 하여 끝내 불상사까지 일으킨 아주 좋지 않은 선례를 보여준 사건으로 밖에는 기억이 안될 것 같다.

다음으로 가진 자들만 사람답게 살 수있는 세상의 가속화가 보다 더 현실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결국 이권이 문제고 개발의 논리만이 남는 것인데 이를 향유할 수 있는 계층은 한정되어 있고
이 범주에 들어 있지 않은 대다수의 소시민들은 상류층 진입은 물론 현재 지니고 있는 중산층의 위치마저 위협받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생겨나는 박탈감,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천정부지 올라가는 부동산을 따라 잡을 수 없는 서민들은 무엇으로 행복을 추구할 것인가. 

사건 이후에 보여준 법원,검찰,보수언론, 경찰,관련 부처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매우 차갑게 느껴진다. 이것이야말로 반성없는 폭력의 정당화인 것이다. 피해자들은 그저 국가질서를 어지럽힌 처벌받아야 할 대상일 뿐이다. 이렇게 해서 국민을 길들이고 의식을 사로잡는 것이 국가가 할 일인가. 인식이 이러하니 아무리 추모 미사를 하네, 단식을 해서 건강을 해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러나 이들의 눈물을 아픔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아무리 법으로 언론으로 이들을 범죄자로 만들고 폭력을 정당화한다 하더라도 삶은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피해자들은 목숨을 잃었지만 더 이상 이런 피해는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더욱 이 사건을 기억하고 지켜봐야 하는 것이다.
 
반성없는 국가 권력, 폭력의 정당화, 여전히 의혹에 쌓여있는 사건의 진실, 잊혀지고 외면되는 현실들.. 이 나라는 가진 자들만이 살아가는 나라가 아닌 것이다. 약자는 약자대로 강자는 강자대로 함께 공존하고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지, 이렇게 짓밣고 사람이 죽어나가도 눈하나  꿈쩍하지 않는 이 사회는 공포 영화속의 한 장면보다도 더욱 무섭고 끔찍한 모습이다.

아무쪼록 이들의 처한 현실이 조금이라도 개선이 되고 법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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