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학아세와 방문진

곡학아세..

출전은 《사기》 유림전()이다. 이 말은 중국 한()나라의 경제() , 강직하기로 이름난 원고()라는 학자가 엉큼하고 비열한 공손홍()이라는 학자에게 "배운 것을 굽혀 세상에 아부하는 일이 없도록 하게( )"라고 충고한 고사에서 비롯된 말이다.

-출처- 두산백과사전


 
고로 학문을 하는 사람은 마음가짐을 바르게 가지고 자기 수양에 열중하고 후학을 바른 길로 이끌 수 있도록 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인데, 근래에 학자출신 정치인 또는 언론인들을 보면 이 분들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시절 방송학 과목을 수강하면서 그 교수님에게 한 학기 동안 수업을 들은 바 있다. 당시 그 분은 언론사 쪽에서도 이미 근무를 하셨었고 나름의 식견이 풍부하여 꽤 유익하게 수강을 하였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당시 외부 신문에도 활발히 기고를 하는 등 지명도가 있었던 교수였던 것 같다. 80년대 후반 당시 시국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한동안 잊고 있던 그 교수님이 화려하게 등장을 하는데 바로 MBC 방문진을 통해서 말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미디어법 공방에서도 한나라당 측 간사로 나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여 주었으니 현 정권과 이보다 더 코드를 맞출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언론을 특히 방송을 아시는 분이라면 공영방송이 어떤 길을 가야할 것인지는 학문적인 지식이 아니더라도 알 텐데 어찌 그리 무리수를 계속 두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더욱이 MBC 사장을 포함한 현 간부들에게 사실상 사퇴하도록 압력을 행사하였다는 의혹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저분의 소신이 저런 것이었나 싶어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신문,방송이 정권홍보에 앞장서고 시책을 일방적으로 두둔하며 권력과 코드를 맞추려고 하는 것은 이미 먼 시대에 사라져간 유물로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화려하게 짧은 기간에 부활하는 것을 보면 암담할 뿐이다. 최근에 많이 무뎌지기는 했지만 MBC가 그나마도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었는데 최근 벌어진 사퇴 파동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MBC를 벼르고 있었는지 알 것이다.

 

신문,방송은 특정 정권에 나팔수 노릇을 하라고 있는 기관이 아니다. 아무리 이 시대를 자기들이 뒤흔들고 있다 해도 영원한 권력이 어디에 있나. 혹여 영원한 권력을 누리기 위하여 언론을 장악하려 한다면 큰 오산일 것이다. 언론이 검찰이 흘려 주는, 때론 외신이 흘려 주는 것들을 받아 적기나 하고 이상하게 확대하여 제멋대로 재단하는 모양새를 보며 언론이 얼마나 바뀔 것이 많은지 다시 한번 느낀다. 그런 왜곡된 언론 현실을 개선하고 바로잡는 데 앞장서야 할 언론학 교수를 지냈다는 분이 정권에 안위를 위하여 저리 앞장서고 있으니 이가 바로 곡학아세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어찌 보면 사회가 이렇게 일방적이고 약자를 도외시하는 풍토로 흘러 가고 있는 것이 소위 지식인이라고 자처하는 이들이 자신들의 영달과 이익을 추구하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 까 싶다. 이러고서 어찌 존경 받는 학자가 될 것인가.  존경까지는 아니라도 손가락질 받지 않으려 노력하는 최소한의 학자적 양심을 가져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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