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2009년 어느날 아침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상 초유의 사건이 있었다. 당시 계속되는 검찰의 수사, 탈탈 털어내기 아님 말고식의 언론 보도는 여기에서 새삼 재론하지 않아도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당시 울산에 있던 나는 가족들과 함께 추모도 하고 울분도 풀 겸하여 직접 차를 끌고 봉하마을까지 내려갔다. 기나긴 줄이 있었고 각양 각색의 만장들이 시골 좁은 도로를 가득 채우며 걸어가고 있었다. 긴줄을 뚫고 추모의 공간에 다다랐을때 눈에 익은 정치인들이 있었다. 그중에 낯이 익은 한 정치인이 있었다. 나는 그의 손을 잡고 격정을 토로했고 그 정치인은 내게 지켜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라고만 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에 대한 인상은 좋았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그는 노 전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안희정이었다.

 

그는 국회의원은 한 적은 없다고 했다. 의정 활동없이도 그런 특별한 관계와 젊은 이미지로 그는 유력 정치인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충남지사를 연임하면서 어찌보면 탄탄하게 자기만의 정치 경력을 펼쳤고 대체로 평가도 무난했던 것 같다. 그런 그가 전면적으로 대중앞에 나섰던 게 박의 탄핵이후 펼쳐진 대선 무대에서였다. 만만치 않은 토론 실력과 이미지를 무기로 한때 거의 문재인 후보를 따라 잡을 뻔하기까지 했었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실언과 공약을 드러내며 한계를 뚜렷이 보였고 결국 대선에 나가는 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전체 후보중 2위라는 성적은 그를 차기 주자로 굳건하게 만들었고 최근까지도 그의 입지는 탄탄한 것으로 보였다. 충남지사 3연임 얘기도 있었고 재보선 출마설도 있었으나 어쨌든 그의 야망은 어떤 식으로든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었다.

 

그러나 어제 있었던 여비서의 폭로로 그의 추악했던 행적이 드러났고 그는 오늘 완전히 추락하고 말았다. me too라는 거대한 물결이 그는 두렵지 않았던 것일까. 미투가 한참중인데도 여비서에게 또 그런 짓을 했다니 도대체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정말 궁금하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는데 그말이 딱 맞는 행태다. 한 유력 정치인이 이렇게 하루 아침에 급전직하 한 것도 이제는 크게 놀랍지도 않다. 미투 운동에서 무사한 정치인들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해본다. 기본적으로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 있기도 하지만 정말로 이참에 모든 것을 다 밝혀내서 정화를 시켜야 하지 않을까. 자당은 이와중에 호재라도 만났다는 듯이 With You어쩌고 하는데 정말 가증스러울 뿐이다.

 

미투 운동 계속 되어야 한다. 이 터널을 지나면 우리 사회는 한두단계 성숙한 단계로 접어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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