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시인의 사회

 

 

 

오, 나여! 오, 삶이여!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 질문들
믿음 없는 자들의 끝없는 행렬에 대해
어리석은 자들로 가득 찬 도시들에 대해
나 자신을 영원히 자책하는 나에 대해
(나보다 더 어리석고, 나보다 더 믿음 없는 자 누구인가?)
헛되이 빛을 갈망하는 눈들에 대해
사물들이 의미하는 것에 대해
언제나 다시 시작되는 투쟁에 대해
형편없는 모든 결말들에 대해
발을 끌며 걷는 내 주위의 추한 군중에 대해
공허하고 쓸모없는 남은 생에 대해
나를 얽어매는 그 남은 시간들에 대해
오, 나여! 반복되는 너무 슬픈 질문
이것들 속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는가?
오, 나여, 오, 삶이여!

답은 바로 이것
네가 여기에 있다는 것
삶이 존재하고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
장엄한 연극은 계속되고
너도 한 편의 시가 될 수 있다는 것

- 월트 휘트먼 <오, 나여! 오, 삶이여!>

 

수많은 영화들이 제작이 되어 상영되고 이후에는 여러 경로를 통하여 유통되다가 사라져 간다. 애석하게도 명화, 명작이라고 불리울 만한 영화는 그렇게 많지는 않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영화들은 흥행을 고려하여야 하고 예산도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관객들의 시선을 받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분명히 명화는 있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이 영화를 불멸의 영화중 하나라고 부르겠다.

 

 1990년에 제작된 죽은 시인의 사회는 제작비가 얼마나 들었는지는 사실 모르겠으나 상당히 시사적이고 보여주려는 바가 뚜렷하다는 것을 느낀다. 배경은 미국의 한 명문 고등학교로 그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

 

 아이비 리그로 명칭되는 명문 대학교에 많은 학생들을 입학시킨다는 웰튼스쿨, 교장 선생의 엄숙한 멘트와 함께 영화는 시작이 된다. 교육 환경의 차이는 있겠으나 미국도 한국 못지않게 상위권 대학을 나와 법조계, 의사, 좋은 직장에 가려는 열망은 작지 않을 것이다. 영화속의 학교는 엄격한 분위기에 보다 많은 학생들을 상위권 대학에 보내기 위하여 치열한 교육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학생들은 그저 선생들의 가르침만 따라와야 하고 규울도 엄격하다. 자유는 없다. 오로지 공부만 해야 한다. 그런데 새로 전입온 이 학교 졸업생인 키팅 선생은 파격적인 수업 방식을 선보이며 굳건한 틀을 깨 나간다. 학생들도 어리둥절하지만 호응을 해가며 서서히 적응해 나간다. 선생은 윌트 휘트먼의 시를 통하여 입시 위주의 교육이 아닌 참된 나를 깨닫는 과정을 제시한다. 우연찮은 기회에 학생들은 선생님의 과거를 알게 되고 그 행적을 다시 따라가게 된다. 경직되었던 학교 생활에서도 학생들은 자유를 느끼고 자신들의 주체적인 자아를 발견해 나간다.

그러나 전통적인 가치를 중요시하는 학교 당국과 부모의 바램에 의하여 그들의 의지는 더이상 나가기 어렵게 되고 어떤 사건으로 의하여 선생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학교를 떠나게 된다. 그리고 학생들은 그들의 캡틴을 보내며 마지막으로 용기를 보여준다.  오 캡틴, 마이 캡틴!

  

 

 세상을 보는 관점과 시야가 어떤 것이 옮고 그른지는 학생들이 공부를 하면서 스스로 깨쳐 나가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하는데 예전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학교 교육의 목표는 오로지 좋은 대학을 보내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 또 그렇게 해서 좋은 대학을 많이 보내는 학교가 명문학교이며 그 근처를 중심으로 집값도 좌지우지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이다. 현실에서 만약에 키팅 선생같은 이가 특목고같은 곳에서 살아 남을 수 있을까. 당장 학부모들이 쫓아와서 몰아내려 할 것이다. 보편적이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교육을 받고 명문학교를 놔와야 대접받을 수 있는 한국의 교육 현실.. 영화속 배경이 되는 미국 학교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오히려 더 치열하게 입시 현장으로 학생들은 내몰리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어떻게 참교육이 있을 수 있을까.

 

  명문 학교를 나와 상류층에 편입하는 것이 지상과제인 현실에서 키팅식의 교육은 헛된 상상일지 모르겠다. 현재의 학교 교육 시스템은 사실상 무너졌고 대다수의 학생은 학교를 졸업하고 나와도 또다시 직장에 들어가기 위하여 또는 공무원이 되기 위하여 공부에 매달려야 한다. 어쩔 수 없지만 극 현실이다. 그러나 그런 숨막히는 환경속에서도 인간으로서 민주시민으로서 삶의 의미를 찾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90년 초반에 던진 이영화의 메세지는 점점더 치열해져가는 교육 환경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부기계로 전락해가는 학생들에게 숨통을 틔어주는 교육 환경은 언제나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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