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수업 - 한동일 -

라틴어 수업
국내도서
저자 : 한동일
출판 : 흐름출판 2017.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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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는 오래전 로마제국 부흥 시 널리 사용되던 언어였으며 중세시대까지도 쓰였다고 하나 이후 쇠퇴와 분화를 거치며 현재는 실생활에서는 쓰이지 않는 언어다. 그러나 여전히 로마 교황청에서는 공식문서에 라틴어를 쓰고 있으며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교육 과정에 라틴어를 포함시켜 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한다. 이는 우리말 공부를 위하여 한자를 공부하는 것과 유사한 것으로 이해를 하면 될 것 같다. 여러 기록을 보니 라틴어가 서구 문명에 끼친 영향은 실로 큰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실 라틴어 라는 것이 있다는 것은 알았고 여러 유럽 언어의 선조격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고 무엇보다 사용할 이유가 없으니 그저 그러려니 했다이 책을 읽고 나니 솔직히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아예 들지는 않는다. 그렇게 문법 체계가 복잡한 언어 인지도 몰랐고 또 내가 관련 업무를 할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러나 삶을 윤택 있게 좀더 가치 있게 살기 위하여 몇 마디 쯤은 알아두는 게 좋을 것 같다. 고전을, 인문학을 배우는 이유가 무엇일까. 예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삶의 지혜를 통하여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보고 느끼고 성찰함으로써 더 인간답게 살아가는 길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라틴어는 비록 일상생활에서는 사라졌으나 현대 서구 권에서 통용되는 언어에 녹아 들어 영원히 살아 있는 언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서구인들은 고전에 해당하는 라틴어를 배우고 익힘으로써 동질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20세기 초반 두차례의 세계 대전을 통하여 엄청난 희생을 치루었고 비교적 작은 대륙에서 여러 나라로 쪼개져 있기는 하나, 이러한 동질감은 오늘날 EU라는 공동체를 이어가는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된다.

 

  아무런 정보없이 이 책을 보기 전 소설책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의 제목대로 저자가 학교에서 라틴어 수업을 진행하였던 내용들이 그대로 수록되어 있다. 어려운 라틴어를 소재로 한 책이니 어렵고 딱딱한 내용이 아닐까 싶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한 문장 한 문장 라틴어를 소개하며 그 뜻을 통하여 뭔가 인생의 깊이, 철학적인 면들을 소개해 주는데 상당히 감명 깊은 내용이 많았다. 짧은 지식이나마 몇가지 아는 라틴어도 있었는데, 이를테면 카르페 디엠, 베리타스 룩스메아, 베니 비디 비시! 같은..

 

그중 몇개만 소개해 보면,

 

에고 숨 오페라리우스 스투덴스(Ego sum operarius studens) 나는 공부하는 노동자입니다.

 

카르페 디엠 (Carpe Diem), 오늘을 붙잡아라.

 

데지데로 에르고 숨(Desero ergo sum),

나는 욕망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Si vales bene est, ego valeo

당신이 잘 계신다면, 잘되었네요. 나는 잘 지냅니다.

 

 이 말은 로마인들의 편지에 많이 쓰였다는 문구인데 인상적인 것이 타인의 안부가 중요한그대가 평안 해야 나도 안녕하다라는 의미라고 한다현대 사회는 내가 우선이고 남들이야 어떻게 되던 말던 하는 것이 만연하다개인들이 먹고 살기 힘들고 여유가 없다 보니 남을 챙길 여유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한번이라도 여유를 찾고 타인의 삶도 같이 공감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 같다. 그래야 이 세상이 조금이라도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저자는 이 문구를 통하여 여유가 없고 하루하루 살기 바쁜 현대인들이 많은 것을 잃고 사는 것을 안타까워 한다. 다름 사람과 함께 지내는 것조차도 힘든 세상.. 그렇게 필연적으로 고독사도 증가하고 남의 일에 무관심해져 가는 것이다. 누군가는 도움을 절실히 필요하지만 정작 도움을 주지 못하는 우리 사회.. 오늘 아침 뉴스에도 증평 모녀가 뒤늦게 주검으로 발견된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가슴 아픈 일이다.. 

  인상깊었던 대목이 하나 더 있다. Hodie mihi, cras tibi라는 말인데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라는 말이다.

로마의 공동묘지 입구에 새겨져 있던 문구라고 하는데 오늘은 내가 관이 되어 들어 왔고 내일은 네가 관이 되어 들어올 것인 타인의 죽음을 통해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라는 의미라고 한다.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이 말은 살아 있는 동안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해 살라는 의미인 것 같다. 

  라틴어에 박학다식한 저자의 책을 통하여 내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고 정말 오랜만에 좋은 내용의 책을 만난 것 같아 기뻤다. 시간이 나면 더 읽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다. 오늘 하루 내일도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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