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

 

 

     

BBC 선정 21세기 위대한 영화 시리즈에는 두 편의 한국 영화가 올라가 있다. 김기덕 감독의 문제작 '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그리고 박찬욱 감독의 '올드 보이' 두 편이 그것이다.  여기서 소개할 김기덕 감독의 작품은 66위를 기록한 사람의 인생, 욕망에 대한 속성을 다른 영화이다.  


    김기덕 감독의 작품은 대체로 보기에 불편한 면이 있다. 영화를 보면 극단적인 폭력과 여성에 대한 성적인 학대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만큼 논쟁에 중심에 있는 감독이기도 하다. 김기덕 감독의 작품을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그런 장면이 꼭 들어가야 하는지는 솔직히 의문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봄 여름.." 이 영화는 감독의 예전 작품과는 다른 상당히 철학적인 주제를 수려한 영상미와 뛰어난 연출력을 보여준 수작으로 평가된다.
 
   
물 위에 떠 있는 한 암자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노승과 동자승의 이야기를 사람의 일생을 계절이 흘러감에 따라 변모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 동자승은 마냥 신나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장난을 친다. 아직은 때묻지 않은 동심의 어린아이 그대로의 모습이다. 그런데 장난으로 뱀, 개구리를 돌과 실에 묶어 장난을 치고 즐긴다그것을 본 노승은 자는 동자승의 몸에 돌을 묶어 놓는다. 고통에 힘들어하는 동자승에게 평생의 업이 될 것이라며 질책을 한다
 
  
봄은 시작과 어린 동심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지켜야 할 도리가 있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짊어져야 할 숙제도 있음을 노승의 행동을 통하여 보여준다. 또한 욕망의 절제가 필요함도 암시하고 있다.
 

 

 


  
세월이 흘러 사춘기에 접어든 소년승, 계절은 여름이다. 여름은 뜨거운 계절이다. 암자에 들어온 소녀에게 마음이 끌리고 욕망을 참지 못하게 된다. 더 이상 욕망을 감출 수 없게 된 소년은 그 대상이 떠나자 자기도 떠나 속세로 들어가 버린다. 아직 성숙하지 않은 정열적인 마음만 가지고 욕망을 쫓아 떠나 간 것이다. 이 소년의 미래가 밝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단풍이 붉게 타오르는 가을에 청년이 다시 암자에 돌아온다. 그러나 속세에서 사람을 죽이고 분노에 가득 찬 얼굴이다. 그런 그를 체포하러 형사들이 들이닥치지만, 청년에게 죄와 마음을 다스리라는 지시를 내린 노승은 그들에게 시간을 달라고 한다. 판각이 끝난 후 청년은 다시 떠나간다. 그리고 노승도 조용히 다비식을 치른다
 
  
가을의 이 장면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특히 분노를 다스리며 바닥에 판각을 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그 어떤 설명으로도 마음을 다스리고 새롭게 나아가는 이 장면을 설명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괴로움이 넘치고 분노가 하늘 가득했지만 판각을 마친 후에는 뭔가 달라진 인간이 되어 있어 보였는데 이는 무절제한 욕망과 업보에는 반드시 책임을 지어야 한다는 교훈을 보여 준다.

 

 

 

 
  
겨울이 오면 중년이 된 남자가 다시 암자에 들어온다. 이제 죗값도 치르고 속세에서의 생활도 정리된 모습으로 온 것이다. 그 앞에 얼굴을 가린 한 여자가 나타나 아이를 놓고 간다. 그리고 가는 길에 얼음이 깨지면서 빠져 죽고 만다. 죽은 그녀의 얼굴에는 부처의 얼굴이 보인다.. 그리고 중년 승은 돌을 짊어지고 산으로 올라간다.
 
  
겨울에 암자로 찾아온 이 여자가 누구인지는 끝까지 알 수가 없다. 감독은 여자를 보여주지 않지만 다만 이 남자와 가까운 관계임을 어렴풋이나마 추측할 수 있다. 소년 시절에 암자로 찾아왔던 소녀일 수도 있겠고 아니면 속세에서 만난 인연일 수도 있겠다. 데리고 온 아이는 어쩌면 남자의 아들이 아닐까 싶다. 여자의 얼굴이 부처로 떠 오른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업보의 종결일까.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난 자 앞에서 선한 인간 아니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 같다.
 

 

 

 

 


   다시 봄이 오면 어느새 자란 아기가 동자승이 되어 이제는 노승이 된 남자 앞에서 예전에 어릴 때 했던 장난을 반복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인생이 돌고 도는 것이다그리고 인간의 욕망도 끝이 없이 계속됨을 암시한다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욕망의 크기와 고통의 크기도 같이 올라 간다는 것이었다. 사람의 일생을 계절이 흐르는 방식으로 보여 주면서 욕망과 집착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그에 따른 괴로움도 같이 보여 주고 있다
      

   최근 김기덕 감독을 둘러싼 의혹이나 추문을 보면 안타까운 면도 있으며 다른 영화는 그리 좋아하지는 않으나 이 영화만큼은 잘 만든 작품으로 평가한다. 특히 비록 세트이기는 하지만 물속에 떠 있는 암자는 주변 풍경과 더불어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했는데 영화가 끝난 후 철거 했다고 하니 조금은 아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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