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 1차 세계대전 원작소설, 넷플릭스 2022 리메이크판 감상평
- 영화를 보다(MOVIE)
- 2022. 11. 12. 21:38
20세기 초반 세계 특히 유럽을 뒤흔들었던 1차 세계대전은 19세기까지의 전쟁과는 양상이 달랐던 수 많은 인명들의 목숨을 앗아간 처참한 전쟁으로 기록되어 있다. 1914년부터 1918년까지 4년간 유럽 대륙에서 일어난 커다란 비극적인 국제 전쟁으로 사망자만 900만명 이상이 발생한 최악의 전쟁이었다. 신생 통일국 독일의 팽창과 얽히고 섥힌 국제 동맹간의 갈등은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문제였는데 오스트리아 황태자가 세르비아에서 암살당하면서 기다렸다는 듯이 게르만과 슬라브의 대결이 시작되고 위협을 느낀 프랑스 영국이 독일과 직접 전쟁을 벌이며 4년간 벌어진 전쟁이 1차 세계대전이다.
히틀러, 무솔리니, 일본제국주의 등 빌런들과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연합국의 전쟁으로 치러진 2차 세계대전은 선과 악의 대결이라는 모양새가 되며 이후 영화나 소설에서 수많은 소재로 다뤄진 반면 1차 세계대전은 서부전선이라고 불리는 프랑스 동북부 지역과 벨기에 전역을 사이에 두고 길게 남북으로 뻗은 좁고 긴 참호를 중심으로 전개된 전쟁으로 2차대전과 비교하면 그다지 많이 영화로 소개되지는 않았다. ‘서부전선 이상없다’는 독일 출신의 작가로 직접 1차대전에 참전했던 경력을 가지고 있는 작가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동명 작품으로 1929년 출간되었으며 이후 1930년, 1979년 두번에 걸쳐 영화화 되었고 2022년 다시 제작되어 넷플릭스에서 10월 공개되었다.
전쟁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등장인물들의 시각을 다각도로 보여준 3번째 작품 ‘서부 전선 이상없다’는 반전 메세지를 조금더 강렬하게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지금도 한참인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볼 수 있듯이 전쟁의 피해는 참혹할 수 밖에 없는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화 서부전선 이상 없다의 감상평을 남겨본다.
소설, 영화의 배경 1차 세계대전
1차 세계 대전은 1914년 7월 28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이 자국의 황태자를 살해한 암살자 출신인 세르비아에 대하여 외교적 압박을 가한 끝에 선전 포고를 한 것이 전쟁의 시작이다. 당시 유럽은 오랜 평화의 시대이기는 했으나 외부적으로는 제국주의의 팽창으로 인한 국가간 갈등, 내부적으로는 사회적 모순의 심화, 계층간 갈등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던 시기었다. 신흥 강국 독일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는 삼국 동맹, 영국, 프랑스, 러시아는 삼국 협상을 통하여 견제를 하고 있었는데 오스트리아가 세르비아를 공격하며 독일이 러시아와 프랑스에 연쇄적으로 선전포고를 하며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독일이 참전하면서 프랑스의 동맹국 영국이 역시 독일에 선전포고를 하면서 전쟁에 합류하면서 유럽 대륙을 뒤흔든 살육의 전쟁이 4년간 이어지게 된다. 이 때부터의 전쟁은 이전과는 다른 무자비한 살육전이 이어졌는데 엄청난 포탄이 쏟아지고 고착화된 전선에서 고작 몇 백미터 거리의 탈환을 하기 위하여 무차별 쏘아대는 기관총으로 수많은 군인들이 사상하였다. 1차대전의 배경으로 유명한 참호는 기관총 세례를 피하기 위하여 파놓은 인공의 구조물이며 참혹한 현장 그 자체였다. 참호를 파서 기관총을 피하는 것은 좋은데 포탄이 떨어지고 비가 내리는 평야에서 고이는 물이 안에서 썩으며 참호 안 상태도 매우 비위생적이었으며 이로 인하여 죽어간 병사들도 많이 있었다고 한다. 참호에서의 대치가 길어지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당연히 전장의 군인들이었다. 영화 1917도 1차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로 참호가 등장하는데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어 실제 전투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며 공산 정권이 들어서면서 여력이 없어진 신생국 소련은 독일과 종전을 하게 되고 이에 따라 러시아와 대결하던 동부전선을 정리한 독일은 영국 프랑스군과 격전을 벌이고 있던 서부전선에 모든 화력을 집중하였다. 그러나 이 시기 미국이 참전하면서 전쟁의 양상은 독일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엄청난 희생이 계속되었고 탱크와 전투기 같은 신무기가 전쟁 막바지에 투입되며 결국 독일은 모든 방어선이 뚤리게 되며 항복에 이르게 된다. 1918년 11월 들어 독일 황제 빌헬름 2세가 권좌에서 내려오게 되고 결국 11월 11일 11시를 기하여 종전에 도달한다. 독일은 바이바르 공화국으로 대체되며 베르사이유 조약을 통하여 영토 일부를 잃게 되고 엄청난 규모의 전쟁 배상금을 물어야 하는 책임을 지게 되는 등 재기불능의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 혼란은 결국 30년뒤 다시 독일이 전쟁을 일으키게 하는 동력이 되기도 하니 역사의 아이러니다.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원작 소설과 영화는 1차대전이 치열하게 벌어지던 서부전선에 독일의 학생들이 전쟁에 동원되어 결국 모두 전쟁의 희생양이 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1차 세계대전을 대표하는 참호전과 진탕 속에서의 총격전과 전투 장면은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지며 지금까지 나온 작품 중 가장 참혹하게 느껴진다. 물론 영화 촬영기법의 발전에 힘입은 것이지만 섬세한 연출도 크게 기여한 것 같다.
소풍가듯이 전쟁에 참전했는데 막상 전선에 투입되고 보니 사방에서 포탄과 총알이 쏟아지고 옆에 있는 전우가 죽어 나가고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게 없는 전장의 공포는 어린 병사들이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실 1차 세계 대전이 시작될 때만 해도 전쟁이 이렇게 오래 그렇게 많은 사상자를 낼 거라고 생각한 군인들은 많지 않았다고 한다. 길어야 6개월, 1년이면 끝나고 집에 돌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하는데 실제 멀쩡하게 집으로 돌아간 군인들이 많지 않았을 것이다.
신병들이 느끼는 공포감이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영화에서는 왜 이들이 총알받이가 되어 전쟁에 참여하게 되는지를 보여 주는데 그저 나라를 위해서라는 이유로 젊은이들을 속이며 전장에 내보내는 것을 보여준다. 그들이 입고 나가는 군복도 사실 이전 전투에서 죽어간 병사들의 옷을 세탁하여 다시 입는 것인데 그럼에도 이들의 발걸음은 아직 가볍기만 하다. 그러나 서부전선에 투입되자마자 상황은 지옥으로 변한다. 이런 전쟁의 지옥에서 친구들은 하나둘씩 스러져간다. 참혹한 장면들이 이어지고 이들은 전장을 빠져나가려고 하나 이미 늦었다. 온 좋게 살아 남았더라도 죽은 친구들과 병사들의 인식표를 수거해야 하는 처지는 살아도 살은 게 아닌 처지이다. 전쟁을 끝내자는 주장이 고개를 들지만 장군들은 계속하여 군인들을 죽음의 전장으로 내몰게 되고 결국 전쟁은 끝이 나지만 주인공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리메이크 영화는 독일어로 제작된 독일 영화로 더욱 실감나게 느껴진다.
“역사는 꼭같이 되풀이되진 않지만, 종종 유사하게 반복된다.(History doesn’t repeat itself, but it often rhymes.)”는 말은 전쟁을 두고 하는 얘기인 것 같다. 인류는 이미 20세기초 1,2차 세계 대전을 통하여 엄청난 희생과 댓가를 치뤘지만 오늘날 세계는 다시금 불안정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미 러시아는 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중국과 북한 이란은 언제든지 주변국을 공격하여 전쟁을 일으킬 시기만 찾고 있는 것 같다. 전쟁의 참호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현시대 많은 한국인들이 직접 전쟁을 겪어본 것은 아니지만 그 참혹함을 그걸 꼭 체험해야 알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100여년 전에 일어났던 1차 대전을 다룬 영화 ‘서부전선 이상 없다’는 참상을 정면으로 보여주는 수작이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었으며 상영시간은 147분, 18세 미만 청소년 관람불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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