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줄거리, 결말, 해석
- 영화를 보다(MOVIE)
- 2018. 4. 15. 12:52
<모든 행운에는 피의 대가가 뒤따른다!>
2016년 영국 방송인 BBC에서 '21세기 위대한 영화 100편' 리스트를 발표했다. BBC가 발표했다 해서 세간의 주목을 끌기도 했는데 내가 안 본 영화도 꽤 있었다. 과연 BBC가 선정한 것이 공정성이 있느냐에 대한 논란도 없지 않았겠지만, 어쨌든 BBC를 믿어 보기로 하고 한편 한 편 정 주행해 나갔다. 상위권에 랭크 되어 있는 영화 중 눈길을 끄는 영화가 있었는데 바로 코엔 형제의 2007년도 작품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였다. 제목부터 뭔가 특별하지 않은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라니.. 노인을 위한 영화인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노인이 뭔가 어떤 주요한 모티브를 주는 영화인 것 같았다.
영화의 시작은 황량한 미국 서부 텍사스의 사막이다. 카우보이 같은 복장을 한 사나이가 사냥을 하고 있다. 우연히 따라가는 길에 차 몇 대가 서 있고 그 옆에는 사람들이 총에 맞은 듯 쓰러져 죽어 있다. 한 남자만 간신히 살아 카우보이에게 물을 달라고 하지만 그는 냉정하게 돌아선다. 그리고 그 현장에서 돈 다발을 발견하고는 현장을 빠져 나온다. 그 이후 그의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한다.
한 살인마 죄수는 호송차에 끌려 가다가 파출소 같은 곳에서 경찰을 죽이고 빠져 나간다. 자유의 몸이 된 살인마는 이제 거침없이 다니며 자기가 세운 기준으로 사람을 통제하고 때로는 죽이고 그를 고용한 이들까지 죽여 버린다. 그가 정의한 기준에 생과 사, 모든 것이 달려 있다. 그가 이제 쫓는 것은 돈, 돈을 가지고 있는 카우보이다.
늙은 보안관이 있다. 거의 퇴직을 눈앞에 둔 듯한 노련미가 보이는 보안관.. 사건을 정확히 짚어내는 안목이 보인다. 그는 오랜 경륜에서 나오는 감으로 사건에 진입해 들어간다. 그러나 한계를 보인다. 해결이 되지도 않고 무기력감마저 느낀다.
카우보이의 아내는 뭔가에 쫓기는 남편이 불안하다. 카메라는 그녀의 불안한 시선과 표정을 따라 간다. 남편과 떨어지게 되고 결국 살인마와 조우를 하게 된다. 그녀는 저항도 할 수 없다. 단지 “이럴 필요 없잖아요”라는 말뿐. 그녀의 운명은 살인마가 정해놓은 룰에 달려 있다. 살인마는 자기가 정해 놓은 룰에도 나름의 의미를 부여 하는데,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동전이 언제 만들어 졌는데 지금 여기에 와있다, 앞뒤를 맞춰보라고. 그리고 말한다.
“인생은 매순간이 갈림길이고 선택이지, 그림은 그려졌고 당신은 거기에서 선 하나도 지울 수 없어. 당신 뜻대로 동전을 움직일 수는 없지. 인생의 길은 쉽게 바뀌지 않아 급격하게 바뀌는 일은 더더욱 없지. 당신이 가야한 길은 처음부터 정해 졌어.
”
"동전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당신이 결정하는 것이지.."
큰 줄거리는 우연히 큰 돈을 수중에 얻은 자와 그를 쫓는 살인 청부업자 그리고 그들을 뒤따라가는 보안관의 이야기인데, 쫓고 쫓기는 장면이 이어지며 세 명의 주요 인물간의 거리도 좁혀진다. 그러면서 영화는 정점에 달한다. 그런데 이영화는 단순한 추적 극이 아니다. 앞에서 언급한 세명의 주요 인물을 중심으로 하여 이야기가 전개되나 가족 같은 그들과 관련된 인물들, 그냥 스쳐 가는 인물들도 다 나름의 역할이 있고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등장 인물들이 상징하는 무엇인가가 있어 보였는데, 보안관 그리고 노인들로 대변되는 구세대, 구시대 살인마 그가 저지르는 악행들로 이해되는 젊음, 현재 시대가 그것이다. 인생의 경험이 풍부한 노인, 구세대 들이라면 능히 세상을 이끌어 갈 수 있고 지배할 수도 있겠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밀려오는 조류에 그냥 밀려날 수 밖에 없으며 상황에 끌려 가는 신세이다. 노인들의 노련함, 연륜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사건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쓸쓸함 이란..
치열했던 그들의 젊은 시절을 지내오고 이제 노인이 된 이들은 살인마로 대변되는 젊음, 절대악 앞에서 아주 미약하거나 힘 한번 못쓰고 무너진다. 역부족이라고 할 까. 그나마 보안관은 치안 유지를 하는 위치에서 범인을 분석하고 잡을 수 있는 역할이나 역시 무기력하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의견을 줄 수는 있으나 그 이상은 없다. 그가 제대로 활약을 펼치고 존재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고 그런 그들이 활약할 수 있는 나라는 이제 없는 것이다. 중간 중간 등장하는 많은 노인들도 마찬가지이다. 노인들이 가지고 있는 인생의 경험,교훈, 연륜 들은 현 시대와 맞서기 어렵고 그저 방관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관조할 뿐이다. 보안관은 마지막에 꿈 얘기를 하면서 그런 일면을 내비친다. 돈을 잃어 버린 꿈과 멀리 앞서가서 불을 지펴 놓는 아버지의 꿈을 통하여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를 보여주고 아버지보다 더 나이가 들은 자신이지만 실제는 아직도 아버지를 앞서가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말이다.. 아버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 같은데 이는 과거 지향적이면서도 앞서간 세대에 대한 향수라고나 할까..
살인마로 등장한 배우는 지금껏 본 어느 영화의 악역 그 이상이었는데 정말 압권의 연기를 보여준다. 메마른 눈빛, 앞의 사람을 압도하는 저음의 목소리 등..
그는 어쩌면 현대 사회가 가지고 있는 불확실성, 무질서를 대변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완벽한 살인마 같은 그도 불의의 사고로 죽음의 고비를 맞게 되는 등 불확실성에서 피해가지는 못하는데 완벽한 것은 없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 같다.
모든 것이 돈에서 비롯되었다. 비극의 시작도 파멸도 돈으로 귀결된다. 아무 것도 아닌 거래 조차도 돈으로 사야하고 돈을 요구한다. 그리고 돈 앞에 모두가 무너져 내림을 보여 준다. 물욕에 대한 풍자라고나 할 까.
특이하게도 이 영화에서는 배경 음악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등장 인물들의 대사, 발걸음 소리, 자연 음만이 전편을 통하여 들리며 그 만큼 긴장도가 엄청나다. 공포감과 긴장감이 영화에 깊이 녹아 들어 있다. 감독이 의도 하고자 하는 장치가 곳 곳에 숨어 있는 것 같은데 난해하고 해석하기에 따라 다양한 시각으로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된다. 아직 원작을 읽어 보지는 못했는데 꼭 구해서 완독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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