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린북(Green Book, 2018)을 보고

#영화 그린북(Green Book, 2018)

 

아카데미, 오스카 영화제는 매년 화제를 뿌리는 영화제 중의 하나인데 예술성 보다는 좀더 상업적으로 흥행한 영화를 위주로 선정하는 영화제로 꼽힌다. 아무래도 현대의 문화를 주도하는 미국에서 열리는 영화제이다 보니 파급 효과가 다른 영화제에 비하여 오히려 더 크다고 볼 수도 있겠다.

 

2019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그린북

지난달에 올해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부문별 수상작이 발표된 바 있는데 작품상을 받은 영화 그린북(Green Book, 2018)이 화제가 되고 있다. 흑인과 백인이 같이 동행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 들을 당시 시대와 어우러지며 한편의 드라마 같은 영화가 되었다.

 

2019아카데미 작품상 그린북

 

#그린북 뜻

 

영화 제목인 그린북의 뜻을 이번에 알게 되었는데 미국 사회에 문제였던 인종 차별에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1960년대에는 흑인에 대한 인종 차별이 노골적으로 행해지던 시기였다. 흑인들이 제대로 다니기도 어려웠다는 게 믿겨지지 않지만 실제로 그 당시 분위기는 그러했던 것 같다. 오죽하면 흑인들을 위해서 가지 말아야 할 곳에 대한 지침을 책자로 만들어 배포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1960년대의 인종 차별을 그린 영화는 몇 개가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역시 당시를 배경으로 미국 남부지역에서 행해지던 흑인들에 대한 인종 차별과 극렬 인종차별주의 집단인 KKK 단의 만행을 소재로 한 미시시피 버닝이란 영화가 인상적이었던 영화였다.

이 영화를 보면 백인들에 의한 흑인들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특히 꼭 KKK단이 아니더라도 그냥 동네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백인들, 법을 집행하는 경찰들 조차도 그런 차별에 가담하고 동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흑인 인종차별이 심했던 미국 남부지역

50년이 넘은 지금에서야 흑인들의 생활과 인권은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남부 지역에서의 차별은 보이지 않게 행해지고 있다고 한다. 기록에 나오는 50년전 모습은 지금과 많이 다른 것 같다. 백인과 흑인은 같이 살아가는 공동체이지만 식당도 다르고 화장실도 다르고 심지어 버스에서도 분리되어 있었으며 그런 것이 당연시되고 있던 시절이었다.

 

그린북 실화

영화 그린북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다. 바로 이렇게 심한 차별이 이루어지고 있던 남부지역으로 공연을 떠나는 저명한 흑인 예술가와 그런 그를 무사히 데려 가고 오는 역할을 맡은 백인 운전기사의 이야기이다. 실제 주인공은 흑인 주인공 돈 셜리와 백인인 이탈리아계 이민자인 토니 립이다. 각각 마허샬랴 알리와 비고 모텐슨이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린북줄거리

 

영화 도입부를 보면 힘이 쎄고 투박해보이는 평범한 토니 립이 갑작스레 일자리를 잃게 되면서 벌어지는 상황이 펼쳐진다. 당장 생계가 어려워진 그에게 뜻밖에도 좋은 제안이 들어 오는데.. 바로 저명한 흑인 아티스트인 돈 셜리의 운전기사를 맡아 2달간의 남부 여행을 다녀 오는 것이었다. 실제로는 흑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내키지는 않았지만 돈 때문에 결국 승낙하게 되고 같이 길을 나서게 된다.

아무리 돈 셜리가 저명한 아티스트이고 상류층에 속하는 흑인이기는 하지만 험한 남부지역으로 나서는 것은 위험이 따르는 일이라 일종의 보디가드 역할을 맡겨 길을 나선 것이다. 남부 지역에서 백인들을 상대로 하는 공연을 펼치는 과정과 그 여정 중에서 겪는 각종 차별이 가감없이 그려지고 있다. 같이 길을 나서는 것이 쉬운 길은 아니었지만 함께 갈등을 해결해 나가고 서로를 이해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끝을 맺는다.

#감상과 짧은 평

 

흑백의 인종 차별을 다룬 영화는 꽤 많다. 그러나 이 영화는 주종관계라고 볼 수도 있는 상하 관계를 바꿔 놓아 일단 시선을 끈다. 흑인이 운전기사로 백인을 고용하여 다닌다는 것은 지금도 그렇지만 60년대에는 정말 상상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을 것이다.

영화 속에서 흑인 주인공은 상당히 세련된 교양 있는 흑인으로 나오고 그 또한 흑인들의 문화를 모르고 그들의 음식도 먹지 않는 모습으로 나오는데 아마도 그 것은 자기 정체성에 대한 부정인 것 같다. 흑인에 대한 정체성을 부정하면서 흑인과 거리를 두는 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백인 사회에 편입되는 것도 아님을 보여준다. 백인들이 보기에는 그도 똑같이 차별해야 할 흑인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그가 느꼈을 좌절과 상처를 달래기 위하여 혼자 고독을 삼키고 술을 찾는 모습에서 혼돈스러움도 느낄 수 있다.

 

이에 비하여 백인 운전 기사는 훨씬 여유롭다. 물론 그도 주류에 편입되어 있는 백인은 아니다. 맞춤법도 제대로 모르고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이며 어찌 보면 매우 단순한 사람이다. 백인이기 때문에 달리 차별을 받지는 않지만 이탈리아계를 비하하는 말에는 참지 못하고 경찰을 폭행하기도 하지만 그걸로 끝이다. 주인공을 보호해주고 감싸주는 동지로 서의 모습이 더욱 맞을 것 같다. 그가 실제로 인종차별주의에서 벗어난 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영화에서는 그렇게 보여지고 있다.

무거운 주제이지만 이 영화는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이다. 백인 기사의 모습은 코믹하며 좌충우돌하는 장면은 무거움과는 거리가 멀다. 음악 영화는 아니지만 아티스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만큼 영화 전반에 흘러 나오는 음악들은 귀를 즐겁게 만든다.

무엇보다도 배우들의 연기력이 이 영화를 완성도 있게 만든 주된 요소임은 분명한 것 같다. 편안한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긴장감을 적절하게 유발하며 이야기를 잔잔하게 이끌어 가는 느낌이 든다. 두 사람간의 사이가 변화하는 과정도 무리없이 흘러간다. 서로의 경계를 뛰어 넘는 느낌이 든다.

어느 정도 결말이 예상되는 영화이며 기존의 헐리우드 영화 문법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는 영화이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감동을 자아내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 당시 시대를 이해한다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고 주인공들과 교감을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그린북 명대사

 

If I'm not black enough,

and if I'm not white enough

and if I'm not man enough

tell me so what am I?

충분히 백인답지도 않고,

충분히 흑인답지도 않고,

충분히 남자답지도 않다면 그럼 난 뭐죠?

-돈 셜리 박사의 자조 섞인 대사-

흑백의 경계에서 방황하는 심리를 보여준다.

세상엔 먼저 움직이는 것이 두려워서 외로운 사람들이 넘쳐나요

“You Know. My father used to say, Whatever you do, do it 100%!

 When You eat, eat like it’s your last meal”

이봐, 우리 아버지는 자주 그러셨어, 나가 뭘 하던 간에 최선을 다하라고.

먹을 때에도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먹으라고.

-토니 립-

그린북의 상영관은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이며 현재 개봉관에서 상영 중이니 만나볼 수 있겠다.

모처럼 만난 잔잔하고 감동적인 스토리이니 놓치지 말고 극장에서 보면 더 좋을 것 같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놓쳤더라도 충분히 볼 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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