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PARASITE, 2019)줄거리, 결말, 해석

지난번 포스팅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칸영화제에서 영예의 황금종려상 입상할 수 있기를 기대했었는데 정말 수상작으로 선정이 되는 감동적이고 기쁜 결과를 얻었다. 세계 3대 영화제 중에서도 가장 권위가 높고 영향력이 크다는 칸 영화제에서 드디어 최고 영화에 주어지는 상을 받은 것이다. 올해가 한국 연화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라고 하는데 봉준호 감독의 말처럼 칸이 한국영화에 준 크나큰 선물인 것 같다. 그 선물을 받을 수 있도록 연출을 맡은 봉준호 감독이 정말 자랑스럽다.

72회 칸 영화제는 쟁쟁한 감독들과 작품들이 대거 초청받았기에 영화 기생충이 어떤 상을 받을 수 있을까 참 궁금하기도 했었는데 현지에서 상영 시 보여준 찬사와 호평들이 분위기를 많이 바꾸어 놓았던 것 같다. 좋은 작품으로 황금종려상까지 수상한 봉준호 감독과 열연을 아끼지 않은 배우들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영화 기생충이 칸영화제에서 낭보를 알리고 일주일이 채 안되어 530일에 정식 개봉이 되었다. 어떤 영화일까 정말 궁금했던 이 영화를 531일에 봤다. 예고편과 나름의 예상, 분석이 담긴 영상도 보면서 대략적인 흐름을 예상하며 갔는데 예기치 않은 영화의 전개와 반전들이 화면을 채우면서 그 예상이 많이 깨졌음을 알 수 있었다. 정말 초 집중하게 만들고 엔딩이 나오는 순간까지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던 영화였다.

개봉 전 언론을 통하여 대략적인 분석 기사도 많이 있었다. 봉준호 감독도 스포일러와 해석을 자제해 줄 것을 신신당부했다고 하던데 정말 이 영화는 내용을 미리 알고 가는 순간 그 의미가 반감이 많이 될 것 같다. 전원 백수인 반지하 주택에 사는 네 가족과 그들과 비교가 안 되는 상류층, 그들이 한 공간에서 만나게 되고 겹치며 일어나는 일들이 큰 줄거리로 소개되어 있다. 두 가족의 만남이 겉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과정이 영화 중반을 넘어 가면서 전개가 된다.

미리 예고편을 보고 오는 것은 괜찮을 것 같다. 주인공들의 위치, 그들이 상징하는 계급은 대략 알고 보는 것이 훨씬 몰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스포일러 주의

이제부터는 본격 영화에 대한 줄거리와 결말, 해석을 담아 보려고 한다. 앞서 적었지만 이 영화는 절대로 결말, 주요 장면 들에 대한 내용을 알고 보면 재미가 없을 영화다. 다른 영화도 마찬가지이지만 이 영화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말과 전개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아래부터는 포스팅 특성상 다량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영화를 보신 분들만 읽어 보시기를 요청 드리고 영화를 볼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절대로 보지 마시기를 바란다.

********* 스포일러 포함, 주의 *********

영화 줄거리와 결말

영화가 시작되면 반 지하에 살고 있는 기택네 가족이 나온다. 예고편에서 나왔던 장면들이 많이 있어 그렇게 새로운 느낌일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초반부는 코믹한 장면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 와이파이도 안 잡혀서 간신히 공짜 와이파이를 잡아 알바 자리를 구할 만큼 여유라고는 없는 가난한 가족들이다. 방역 차가 뿜어내는 독한 소독제도 집안으로 들여 소독을 한다고 할 만큼 어려우면서도 위트가 넘치는 기택(송강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낮은 집 창문으로는 수시로 집 근처에서 노상 방뇨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고 그런 광경들이 자연스럽기만 하다.

우연히 친구로부터 부잣집 과외를 소개받은 아들 기우(최우식)가 재학 증명서를 위조하며 진짜 부자가 사는 집으로 발을 들이게 되면서 이야기는 흐름을 타기 시작한다. 기우는 뜻밖에도 부잣집 사모님 연교(조여정)로부터 호감을 사게 되고 과외를 받는 학생과는 보통의 관계를 뛰어넘는 사이가 된다. 그러면서 부잣집 막내 아들의 미술 과외를 맡을 선생으로 동생 기정(박소담)을 추천(사실은 전혀 모르는 사이로 소개)하며 결국 입성에 성공시킨다.

이후 두 남매의 계략에 따라 기택과 엄마 충숙(장혜진)까지 차례대로 운전기사와 가사 도우미로 부자집 공간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기존에 있던 가사 도우미 문광(이정은)은 오래 전부터 이 집에 머물러 왔던 경력이 풍부한 도우미였으나 결국 이들에 의해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만다. 사람을 잘 못 믿는 다는 안주인 연교는 새롭게 발을 들인 이들 가족에게 속아 넘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정말 순진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잘 속기는 집주인 박사장(이선균)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그는 아내와는 다르게 계획성 있고 선을 넘는 행동은 용납하지 않는 매서움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원래 있던 모두를 몰아내고 부잣집에 들어 오는데 성공한 네 가족은 모처럼 부잣집 식구가 모두 야외 캠핑을 떠나 빈집이 된 이 집에서 마치 이 집이 그들이 살고 있는 집인 양 거나하게 파티를 즐긴다. 반지하 주택에서는 꿈도 꾸지 못했던 목욕도 하고 햇볕 잘 드는 정원에서 책도 읽고 함께 고급 양주를 마시며 이미 이 공간이 자기들의 것이 된 것처럼 분위기를 만끽한다. 더 나아가 고2 딸과 좋아하는 관계가 된 기우는 그녀와 결혼하는 상상까지 하게 되고 그런 아들을 보며 충숙은 그럼 내가 며느리와 사돈 집을 청소하고 빨래하고 있는 거냐며 폭소를 터뜨리는 여유를 보인다.

폭우가 쏟아지는 저녁을 넓은 대저택에서 여유롭게 즐기고 있는 이들 네가족에게 뜻밖의 손님이 나타난다. 다름아닌 전 가정부 문광이 찾아온 것이다. 들여야 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문을 열어주고 그녀가 물건을 찾으러 왔다며 지하실로 내려가면서 엄청난 비밀이 드러나게 된다. 바로 그녀의 남편이 지하 벙커 같이 깊숙이 있는 그 집 지하에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혼돈의 상황이 펼쳐지고 그들의 관계가 역전 재역전되며 갈등이 고조되어간다. 이 와중에 캠핑을 나갔던 박사장네 가족들로부터 곧 집에 도착한다는 연락이 오고 상황은 더욱 복잡하게 전개된다. 이 와중에 문광은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며 심각한 상처를 입고 결국 죽고 만다.

문광네 가족들을 다시 지하로 몰아 놓고 충숙을 제외한 다른 가족들은 마치 벌레가 숨은 것처럼 테이블, 침대 밑으로 숨어 들어가고 결국 간신히 탈출에 성공한다. 폭우가 내리는 밤에 기택네는 하염없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간다. 터널을 지나 계단을 지난 다다른 그들의 집은 이미 물에 잠긴 뒤였다. 그렇게 물과 몇시간 만에 최상층 저택에서 물에 잠겨 버린 반지하를 떠나 이재민들이 모여있는 체육관에서 뜬 눈으로 밤을 세운다.

폭우에 저지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물난리를 겪었지만 박사장네는 모처럼 비가 와서 미세먼지가 깨끗이 사라졌다며 반기고 비가 새지 않는 외제 텐트를 치고 바깥에서 밤을 지낸 아들을 위해 거창한 생일 파티를 준비한다. 기택네 가족들은 그들의 파티를 위해 다시 불려 오게 되고 은교를 차에 태우고 오는 기택에게서 나는 냄새를 은교는 불쾌해 하며 창문을 연다. 아들을 위한 파티 준비라며 인디언 복장을 한 박사장은 기택에게도 인디안 분장을 시키고 작전을 지시한다. 기택은 그런 그를 냉소적으로 쳐다본다. 파티가 절정에 이르면서 지하에 갇혀 있던 문봉의 남편이 자기를 제압하러 내려온 기우를 제압하고 야외 파티에 난입하며 케익을 들고 가던 기정에게 칼을 휘두른다. 그 장면에 막내 아들은 기절하게 되고 딸에게 달려간 기택에게 박사장은 차키를 빨리 건네라고 하며 코를 막는다. 이에 기택은 그에게 달려가 칼로 찌르고 어디론가 달아난다.

시간이 지나 아직도 반지하에 살고 있는 기우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는 대저택 근처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을 보게 되고 그 집 지하에 기택이 내려가서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런 아버지를 계단위로 올라오게 할 수 있도록 꼭 돈을 벌어서 그 집을 사겠노라는 다짐을 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빈부 격차, 양극화의 굴레는 심각하다. 이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90년대부터 본격화된 전세계적인 세계화의 물결 아래 중간 층은 계속 아래로 내려가고 부를 이룬 계층은 그들이 올라간 계층의 사다리와 계단을 올려 보리고 아래로부터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영화 속에서 박사장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언급하며 그들의 세계에 진입하려는 이들을 경계한다. 그 것은 반대로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절대로 빼앗기지 않겠다는 일종의 두려움까지 느껴진다. 영화 초반부는 가볍게 시작하다가 후반부에는 말문을 잃게 만드는 그런 영화다. 몰입도와 긴장감도 상당한 작품이다.

몇 가지 영화에 등장하는 키워드로 해석을 시도하며 본 포스팅을 마치고자 한다.

계단

영화 속에서 계단은 매우 중요한 소품이자 장치인데 그 것은 바로 그들이 속한 계층과 계급을 나타내는 것이다. 가장 최상층에 사는 박사장네로 가는 길은 매우 높다. 집에 들어 가도 계단을 올라 가야 한다. 마치 이 세상의 꼭대기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위용을 자랑하는 고층 아파트와 외부인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상류층들의 아파트도 이와 다를 바 없다.

기택네는 반대로 지상보다 더 내려가야 하는 반지하에 살고 있다. 햇볕은 간간히 들지만 퀴퀴한 냄새가 배어 있고 벌레도 많이 있다. 그런 그들 가족이 박사장네 집에 입성을 성공한 이후는 반지하 집은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그들이 쫓기듯 빠져 나와 하염없이 낮은 곳으로 계단을 통하여 내려와 다시 왔을 때는 그 반지하 집마저 물에 잠겨버린 뒤였다. 이제 더 이상 오를 계단은 없어 보인다. 그래도 아직 그들은 최하층은 아니다.

가정부 문광네가 살고 있는 부잣집 지하는 사회의 가장 낮은 단계를 암시한다. 한참을 계단을 내려가야 있는 자그마한 공간에 살고 있는 그들의 존재는 사회에서 잊혀진 존재이며 최하층이다. 그러나 외려 그들은 그런 공간에 살고 있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불만이 없다. 그리고 그 공간에 내려온 기택네와 처절한 싸움을 벌이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차지하고 있던 공간을 기택이 차지하고 그들은 사라져 간다. 또 다른 누군가가 그들의 자리를 대신하는 것이다. 기택은 반지하 공간에서 더 깊은 지하로 수직 하락한 것이고 그런 그는 더 이상 올라올 수 없다. 마치 숨어 있는 기생충과 같이..

계단은 상하 계급, 계층을 나누는 수직적인 모습을 나타낸다.

냄새

박사장네에 진입한 기택네가 아무리 좋은 옷을 차려 입고 왔어도 반지하공간에서 배인 냄새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 그들의 냄새를 박사장네 식구들은 작은 아이까지도 알아챈다. 그들에게서 나지 않는 가난의 냄새인 것이다. “지하철 타는 사람들한테서 나는 냄새라며 유독 냄새에 민감하고 코를 찌푸리는 그들이다. 그들이 아주 가끔 맡는 냄새다 보니 그들에게는 그런 냄새마저 선을 넘어 오는 불쾌한 상징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냄새는 결정적으로 기택이 감정의 폭발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아무리 꾸며도 그들에게 밴 가난의 냄새는 지울 수 없었고 그런 냄새를 못참아 하고 경멸하는 계층에 대한 공격으로 폭발시키고 만다.

냄새는 상하 계층을 구분하는 중요한 장치이자 기폭제 역할을 한다.

수석

기우가 친구에게서 받은 수석은 기택네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 물건인데 수석을 받을 다음부터 일이 잘 풀리게 되기도 한다. 박사장네에 들어가 돈을 벌게 되고 잠깐이지만 상류층들의 공간에 머물게 하기도 한다. 기우가 들고 다니는 돌은 그의 표현대로 그를 따라가는 것 같지만 그와 분리된 이후는 그저 그런 돌맹이일 뿐이고 기우도 예전의 삷으로 다시 돌아갔을 뿐이다. 결국 수석은 그들이 가지지 못할 이룰 수 없는 헛된 꿈을 상징하는 것 같다.

물, 폭우

반지하 집에 들이 닥친 폭우는 기택네의 모든 것을 앗아간 무서운 재앙이었으나 박사장네는 미세먼지를 물러나게 해준 고마운 존재이다. 영화 속에서는 이렇게 반대로 대칭되는 것들이 많이 보이는데 실제로 이 영화의 가제도 데칼코마니 였다고 한다. 같은 존재이지만 서로에게 느껴지는 차이는 위치에 따라 큰 것임을 보여준다.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장면은 기우가 지하로 내려간 아버지를 반드시 지상으로 걸어 나오게 한다는 다짐을 보여 주지만 그런 그의 바램은 도저히 실현 가능할 것 같지는 않아 짠하게 느껴졌다. 설령 그가 운 좋게 로또 1등에 당첨이 당참이 되더라도 그런 집은 살 수 없을 것이니 말이다. 그래도 그런 꿈을 꾸는 그가 안쓰러워 보이기만 했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고 발버둥쳐도 이 사회가 만들어 놓은 상하 계층의 구분은 더욱 견고해지고 넘을 수 없게 되어 가고 있다. 영화 속에서 볼 수 있는 기택의 감정 변화는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하류층 사람들의 좌절감과 분노를 대변하는 것 같다. 그들의 사는 모습과 살아가는 냄새가 특정 계층에 의하여 경멸 당하고 조롱 받는 상황은 견딜 수 없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특정 계층을 위하여 존재하는 사회가 아니다. 영화 포스터에도 나와 있지만 행복은 나눌수록 커진다라는 말이 깊이 와 닿는다. 아울러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요 희국이요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란 말이 떠오르는 영화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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