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삶 (The Lives of Others,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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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나는 그들의 삶을 훔쳤고, 그들은 나의 인생을 바꿨다

 

독일이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이룩한 것이 1990년이었으니 벌써 28년이 지났다. 한반도의 두 나라는 오랜 세월 대치를 이어 온지 70여년이 지나오고 있다. 독일과 한국은 같은 분단 국가이기는 하나 다른 이유로 분단이 되었으니 다른 길을 걸어 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전쟁의 패전국 이자 책임을 뒤집어 쓰고 분단이 된 독일은 그렇다 하더라도 간신히 일제의 압제에서 벗어난 힘없는 신생 독립국이 분단의 길을 걸어야 했던 것은 전쟁에 책임을 져야 했던 패전국 일본에 비하면 너무나도 비합리적이고 비상식적인 상황이었던 거다. 단지 힘이 없다는 이유로 미, 소의 냉전 대결이 빚어 낸 시대의 비극이었던 거였다.

 

 

독일이 자유주의 체제의 서독과 공산 체제인 동독으로 분단되면서 그들의 삶도 체제에 맞게끔 적응해 간 것 같다. 특히 동독은 냉전시대라는 시대적 배경과 맞물려 서독과 체제 경쟁을 벌여야 했으니 더욱 통제하고 감시하는 국가체제를 구축하였다. 영화 '타인의 삶'은 바로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인간의 변모 과정을 담백하게 연출한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잘 보기 힘든 독일 영화로 2006년에 제작되었으며 이 영화의 주연 이었던 울리히 뮤흐는 그해 독일에서 최고 남우 주연상을 수상하였다고 한다. 잘 몰랐던 유럽의 이 배우의 극중 연기는 절제된 언행과 긴장감과 더불어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아쉽게도 이 배우는 영화 개봉 다음해에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의 진가를 더 볼 수 없어 아쉽기도 하다. 다른 배우들의 연기에서도 웰메이드 작품이라는 찬사가 나올 만큼 수작으로 평가된다부산 국제영화제에서도 초대작으로 선정되어 상영된 바 있다.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작품이다.

 

배경을 좀더 좁혀 보면 1984,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 동독 사회를 보여 주고 있다. 문화, 예술인들을 포함한 주민들에 대한 완벽한 통제를 원했던 동독 정권의 감시와 그 과정에서 변화된 한 인간의 이야기이다. 동독의 감시 기관 슈타지는 자유로운 영혼들인 문화, 예술인에 대한 감시를 하게 되는데 유명한 극작가와 여배우가 타겟이 된다. 물증은 없이 첩보에 의한 의심으로 그들이 사는 집에 도청 장치를 촘촘히 설치해놓고 그들의 모든 것을 듣고 감시하게 된다. 주인공은 정보기관 소속의 비밀 경찰로 조국을 위한 일에 헌신을 다하여 본인의 직무를 수행한다. 그의 임무는 오로지 반정부적인 활동이나 움직임을 파악하여 상부에 보고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영혼의 소나타를 진정으로 들은 사람이면 나

쁜 사람이 될 수 없어..

 

영화 초반에 나오는 그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이미지로 나오는데 영화가 전개되면서 그들의 삶을 보고 듣고 하는 과정에서 서서히 변모해 간다. 두 사람의 뜨거운 사랑과 예술에 대한 열정들을 마주하게 되면서 자기도 모르게 그들의 삶에 동화하게 된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인 두 사람의 관계는 외부의 요인에 의하여 흔들리기도 하는데 그런 갈등까지도 그는 포착하고 그들이 흔들리지 않고 이어갈 수 있도록 견인해 나가는 역할까지 하게 된다. 결국 모든 것을 다 감싸 안고 지켜주게 되며 그 자신은 자리에서 쫓겨나고 만다.

 

 

 

아니요. 저를 위한 책이예요.

 

세상이 바뀌어 통일된 나라에서도 그는 여전히 신원이 복구되지 못하고 단순 노무자로 살아 간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예전에 본인이 지켜 주었던 극작가의 책을 서점에서 보게 된다. 그 책에는 "이 책을 HGW XX/7에게 바칩니다"라는 문구가 있었다. 바로 그가 비밀 경찰로 활동하던 시절의 코드명이었던 거였다. 그리고 영화는 막을 내린다.

 

다른 사람의 삶을 보면서 나도 변할 수 있을까. 그 것이 가능함을 보여 준다. 우리는 혼자 살아 가지 않는다. 가깝게는 가족이 있지만 외부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섞여 같이 일하거나 어떤 다른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게 된다. 완벽한 사람은 없으나, 그래도 뭔가 보고 배울 만한 누구처럼 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해서 내 삶이 누군가의 아름다운 삶처럼 바뀌거나 변화시킬 수 있다면 세상은 좀더 아름다워 지지 않을까..

 

 

주인공은 비록 감시의 목적에서 그들의 은밀한 모든 것을 듣고 기록하였지만 가슴이 따뜻했던 사람인 것 같다. 머리는 차가우나 마음 속 깊이 솟아 오르는 타인의 아름다운 삶이 그를 바뀌게 만든 것이다. 누구나 다 그렇게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주인공은 그 만의 방식으로 삶을 변화시켰다. 그러한 과정들을 영화는 치밀하고 긴장감 있게 그려 낸다. 추천하고 싶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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