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The Fortress, 2017)

우리 역사를 보면 옆 나라 중국, 일본으로부터 많은 침략을 당했던 것을 것을 볼 수 있다. 조선 시대 군주, 지배 세력은 군대를 양성하기 위한 노력은 기울이지 않았기에 국방력이 취약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러다 보니 청, 일본으로부터 침략을 당하고 국토와 백성들이 수난을 겪어야 했던 아픈 역사가 있다.

 임진왜란으로 나라가 거의 망할 뻔 했던 조선은 그 이후에도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현실에 안주하며 국력을 기르는데 소홀하고 중국의 새로운 왕조로 등장한 청을 무시하는 외교적 오판으로 말미암아 청으로부터 침략을 받고 굴욕적인 역사의 한 장면을 남기게 되었으니 그 것이 바로 삼전도의 굴욕사건이다. 이 치욕의 역사가 비롯된 곳이 바로 남한산성이다.

 

남한산성은 김훈 작가의 동명의 소설이며 이를 토대로 하여 영화화된 작품이다. 201710월 추석을 맞아 개봉되었으니 이제 1년이 지났다. 연출은 황동혁 감독이 했으며 주연 배우로 주화파 최명길 역의 이병헌, 척사파 김상헌 역으로는 김윤석, 나약한 군주 인조 역으로는 박해일이 맡아 열연을 펼쳤다. 관객은 384만명이 관람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영화는 소설의 내용에 충실하게 각색이 되어 스크린에 인간들의 갈등과 고뇌들이 펼쳐진다. 남한산성이라는 공간적 배경을 중심으로 그 안에서 벌어지는 조정 대신들의 치열한 대립과 조선을 성에 가두어 놓고 목을 죄어가는 청 군대의 모습이 실제 역사 속 장면으로 들어간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복장이라든가 대사 같은 장치들이 매우 준비가 잘된 것으로 보인다. 남한산성에 대한 청군의 포격 장면을 보면 실제 화약 냄새가 느껴지는 것 같은 착각을 불어 일으키게 만들 만큼 실감나게 재연되고 있다. 주연, 조연들의 연기와 엑스트라 연기자들의 더불어 아픈 역사의 한 장면을 볼 수 있다.

 

 

영화 줄거리는 역사의 내용이라 결말은 이미 다 아는 바와 같다. 정해진 결말로 이어지는 과정을 인물들의 갈등을 축으로 하여 시간의 흐름을 이어가며 과정을 담담하며 객관적으로 묘사하려 노력한다.

주화파와 척사파 거두의 대립

저들이 말하는 대의와 명분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옵니까? 죽음은 견딜 수 없고, 치욕은 견딜 수 있는 것이옵니다. 만백성과 더불어 죽음을 각오하지 마시옵소서. 삶이 있은 후에야 비로소 대의와 명분도 있는 것이 아니옵니까

나도 그리 생각했소. 하지만 틀렸소. 백성을 위한 새로운 삶의 길이란, 낡은 것들이 모두 사라진 세상에서 비로소 열리는 것이오! 그대도, 나도, 그리고 우리가 세운 임금까지도 말이오. 그것이 이 성 안에서 내가 기다리는 것이오.’

상반된 입장을 가지고 대립하는 두 인물의 대립은 이 영화의 기둥이 되는 요소이다. 누가 옮고 그르다는 것을 이 영화는 보는 사람들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주어진 극한 상황에서 나라를 위한 명분이나 주장은 다르면서 같기도 하다. 다만 그 방식이 다른 것일 뿐. 선과 악으로 뚜렷이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영화의 모습에서 살짝 비껴난 연출을 엿볼 수 있다. 판단은 보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다. 대립 속에 채택이 되는 주장이 있으나 그렇다고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고 해서 그가 실패했거나 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그들은 자기의 입장과 소신에서 최선을 다한 것이다.

 

어려운 순간의 지도자의 판단

그럼 누가 답서를 쓰겠느냐, 두려우냐? 척화를 하자니 칸의 손에 죽을까 두렵고, 오랑캐에게 살려달라는 답서를 쓰자니 만고의 역적이 될까, 그것이 두려운 것이냐

인조 임금은 조선 시대 역사에서 가장 무능하고 정통성도 없는 군주로 자리잡고 있는 왕이다. 스크린에서 보여지는 인조는 나약하고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이미지의 왕으로 보여진다. 인조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많지 않았는데 그렇더라도 조금은 피해를 줄이고 훗날을 도모할 수 있는 차악의 선택을 했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결국 치욕적인 역사의 한 페이지를 남기고 만다. 그런 그의 모습을 영화는 담담하게 보여준다. 물론 아주 아무것도 못하는 왕의 모습만 그린 것은 아니다. 때로는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신하들을 질책하기도 하고 답을 구하기도 하나, 이미 너무 늦은 상황이었으니 다른 대안이 없었을 것이다. 박해일이 연기한 인조의 치욕은 지금까지 나온 TV 시리즈나 기타 영화를 통틀어도 단연 최고라 생각된다.

 

그래도 역사는 흘러간다.

‘저는 전하의 명을 따르려는 것이 아니옵니다. 그저 봄에 씨 뿌리고 가을에 추수 잘해서 한 해 배불리 보내는 게 소인의 꿈이옵니다.

치욕의 역사에 왕과 양반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안에는 저항하는 민초들이 있고, 한편에서는 생존의 갈림길에서 왕이 무슨 소용이 있냐며 적에게 협조하는 민초들의 모습도 보여준다. 물론 지배 세력에 의하여 제거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영화 말미에 모든 상황이 끝나고 봄이 되어 담 밑에 피어나는 꽃은 역사는 어쨌든 흘러가는 것을 보여준다.

역사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인간적인 고뇌만으로 나라를 지키고 나를 구할 수는 없는 것이다. 좀더 긍정적이고 열린 결말이 되도록 노력하고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다시 추석이다. 역사의 한 장면을 보며 과거에서 교훈을 얻는 139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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