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 (A Taxi Driver, 2017)
- 영화를 보다(MOVIE)
- 2018. 9. 25. 13:08
2017년에는 화제를 불러 모은 한국 영화가 꽤나 많았다. 흥행에도 성공하고 작품성에서도 인정받은 영화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번 추석을 맞아 공중파에서도 많은 영화들을 선보이고 있어 많은 기대가 된다. 물론 공중파가 아니라도 다른 수단을 통하여 많은 최신 영화들을 접할 수 있는 요즘은 예전같이 명절 특선영화에 대한 관심은 낮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TV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주곤 한다.
TV로 방영 예정인 많은 영화들 가운데 택시운전사가 눈에 띈다. 택시운전사는 2017년 8월에 개봉되어 관객 1,200만을 동원했던 당해 년도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작품이다. ‘고지전’을 연출했던 장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국민배우의 반열에 오른 송강호가 주연을 맡아 80년 광주에서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을 소재로 한 이 무거운 주제의 영화에서 다시 한번 그의 진가를 높이기도 했다.
80년 광주에서는 무슨 일이
80년 5월 광주는 고립무원상태로 외부와 완전히 단절되어 있었다. 모든 소식은 외부로 나갈 수 없었고 외부에서도 광주로 들어오는 모든 길목이 차단되었다. 수많은 인명이 군홧발에 짓밟히고 죽어 나가는 처참한 현대한국사의 비극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일들은 군부세력에 의하여 장악된 언론에 의하여 철저히 왜곡 보도되고 있었고 광주시민들이나 다른 지역에 사는 국민들 모두 눈과 귀가 막혀있었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광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감지한 외국 언론인이 광주 진입을 시도하였고 결국 역사의 한 장면들을 기록에 남기는데 성공하였으니 바로 이 과정을 그린 영화가 80년 5월을 배경으로 한 택시 운전사이다. 이 영화는 광주항쟁을 배경으로 실제 있었던 일을 다룬다.
택시운전사는 왜 광주로 갔을 까.
영화에서 보면 운전사는 우연한 기회에 외신 기자가 광주로 가려 하고 운임으로 10만원을 준다는 얘기를 듣고 자기가 그 손님을 태우고 광주로 가게 된다. 당시 10만원은 현재 가치로 약 100만원으로 평가된다. 그는 정치에 무관심하기도 하고 데모를 하는 학생들을 이해 못하는 평범한 시민이다. 이 파란 눈의 기자가 광주에 목숨을 무릅쓰고 가려는 이유도 알지 못한 채(아니 관심이 없다는 말이 맞겠다)그저 짭짤한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생각에 먼 길을 나서게 된다. 그가 기자가 광주에 가고자 하는 진짜 이유를 알았다면 선뜻 갈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적어도 영화에서는 그렇게 그려진다. 광주에 가서 실제로 그의 눈앞에 펼쳐지는 장면들은 그를 당혹스럽게 만들게 한다. 그리고 위험한 그 곳에서 벗어나려고 하지만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가 된다. 그리고 그가 목도하는 장면들 앞에 그냥 돈만 버는 게 다가 아닌 그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게 되며 변모하게 된다. 그런 상황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용기를 얻는 과정이 생생히 묘사된다.
역사를 바꾼 소시민들, 그들이 영웅이다.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 외국 기자, 그리고 광주에서 벌어 지고 있던 학살 현장에 맞서 싸웠던 택시 기사들, 학생들, 이름없는 광주 시민들 그들은 비록 다른 뜻으로 만났을지라도 한 몸으로 뭉쳐 상황에 맞선다. 그 작은 용기들이 비록 당시에는 짓밟히고 스러졌을지언정 오늘에는 높이 평가 받는 것이다. 그냥 현실에 수긍하고 외면했다면 그 시대의 광주가 오늘에 다시 살아날 수 없었을 것이다. 불의에 저항하고 깨우치고 맞서는 모습을 외신 기자와 평범한 택시운전사의 에피소드를 통하여 본 진정한 영웅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이 전하는 감동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정의와 평범함이 만나 세상을 바꾸는 드라마를 연출한 것이다. 그들이 굴복하고 포기했다면 광주의 진실은 영원히 묻혔을 수도 있고 공개가 되었더라도 한참 뒤에나 알려졌을 지 모른다. 우리가 지금 대하고 있는 역사의 진실은 이들의 용기가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한 것이었을 수도 있는 것이다.
80년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시대에 맞게 80년대 초반 당시의 상황을 재연하고자 많은 노력을 한 것 같다. 영화 서두에 등장하는 조용필의 ‘단발머리’는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데 80년대 감성을 제대로 전달해준다. 오래 전에 발표된 곡이지만 지금 들어도 지금은 볼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는데 브리사나 포니 같은 차종들은 화면 속으로 보기만 해도 반가웠다. 그때야 어린 나이였으니 택시를 탈 일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어렴풋한 이미지의 택시를 화면으로 보니 반가운 느낌이었다. 당시의 암울했던 상황을 초록색 택시가 활약하는 장면을 보니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려는 연출자의 의도도 엿볼 수 있다.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아 있기도 하다. 택시들이 합세하여 탈출을 도와주는 레이스 장면은 의도야 어쨌든 불필요한 부분이었던 것 같다. 담담하고 더욱 감동적으로 끝났을 수도 있었던 영화를 액션 영화같이 만들었는데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 영화는 시대의 아픔을 기록하고 밝히려고 했던 실제 스토리와 감독의 연출 그리고 주연을 비롯한 배우들의 혼신의 연기가 빛났던 감동적인 영화였음은 분명하다. 같은 영화를 두 번은 잘 안보는 편인데 이 영화는 두 번을 봤고 그 때마다 느꼈던 감정은 조금씩 달랐다. 시간이 맞으면 이번에 방영되는 영화도 봐야겠다. 이번에 보는 이 영화의 느낌은 또 어떨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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