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 의병, 그들이 역사의 주역이다. (미스터 선샤인, 2018)
- 영화를 보다(MOVIE)
- 2018. 10. 7. 21:26
나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총을 보았다. 여섯 명이 가지고 있는 총 중에 다섯 개가 제각기 다른 종류였으며, 그 중 어느 하나도 성한 것이 없었다. 그들은 전혀 희망 없는 전쟁에서 이미 죽음이 확실해진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바른쪽에 서 있는 군인의 영롱한 눈초리와 얼굴에 감도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보았을 때 나는 확연히 깨달은 바가 있었다. 가엾게만 보았던 나의 생각은 아마 잘못된 것이었는지 모른다. 그들이 보여 주고 있는 표현 방법이 잘못된 것이었다 하더라도, 적어도 그들은 자신의 동포들에게 애국심이 무엇인가를 보여 주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믿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는 어차피 죽게 되겠지요. 그러나 좋습니다. 일본의 노예가 되어 사느니보다 자유민으로 죽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 매켄지, 《한국의 비극》, 1908
미스터 선샤인, 구한말 의병의 활약을 제대로 보여줬다.
미스터선샤인 종결 편을 못보고 있다가 몰아서 다 시청을 했다. 24편으로 제작되어 방영되었으니 적은 분량은 아니었던 것 같다. 초반에는 친일 논란이 일면서 다소 아쉬웠던 부분이 있었으나 회를 거듭할수록 노골화되는 일본의 조선 강점 획책과 친일파 무리들의 모습이 디테일하게 그려지고 이에 맞서는 주인공들과 의병들의 활약이 이어지면서 마무리까지 대단히 감동적으로 이어진 걸작 드라마가 되었다. 특히 마지막 편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쓰러지지 않고 계속되는 민초들의 저항, 독립된 나라에서 다시 보자는 멘트까지..
멜로가 빠지지 않으면서도 이야기의 중심축은 다 쓰러져 가는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백성들의 열망을 담은 것이었다. 오늘날 독립된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조국이 망하기 직전에 놓여있던 1900년대 초반의 상황들을 책이나 얼마 남아 있지 않은 사진 자료들을 통해서나마 간접적으로 알 수 있을 뿐이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흡입하는 공기만큼 당연히 누리고 있는 이 자유로운 우리나라가 불과 110년전에는 모든 자유가 사그러지고 나라도 일본에 침탈당하기 직전에 놓여 궁핍과 억압에 놓여 있던 것이다. 고종 임금은 다 쓰러져 가는 나라를 지키려고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도 잘 그려지고 있지만 이미 일본에 매수되거나 돌아선 친일파 각료들이 조정을 장악하고 더 나아가 왕위까지 강제로 내놓아야 하는 상황까지 몰렸으니 얼마나 비통했을까 싶다.
이런 와중에도 뜻 깊은 유생들은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신념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드라마에 등장하는 고애신은 바로 그 집안의 후손이다. 그는 끝까지 일제에 맞서 싸우는 의병장으로 마지막을 장식하는데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다. 모두가 다 같은 길을 갔던 것은 아니다. 유림, 유생들은 어쩌면 기득권의 축이라 볼 수 있는데 비록 왕족 일가, 노론으로 대표되는 집권 노론세력의 대부분은 친일파가 되어 나라를 내주고도 호의호식하는 쪽으로 갔으나, 그렇지 않은 양반들은 기꺼이 나라를 지키거나 되찾기 위하여 하층민들과도 결속하여 독립 투쟁의 길을 걸어간다.
고종의 퇴위와 정미 의병
1907년 고종이 강제로 퇴위되고 군대가 해산되면서 촉발된 정미 의병들은 독립 투쟁사에 있어서도 중요한 발자취를 남긴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도 나라가 어려울 때 의병들이 자생적으로 생겨나고 했지만 지속력은 길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정미의병은 1910년 나라가 강제로 뺏긴 이후 엄청난 탄압과 학살로 그 세력이 줄면서도 무대를 만주로 중국으로 옮겨 가면서 36년간 독립을 쟁취할 때까지 활약을 펼치며 오늘의 조국이 있게 만드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다.
1907년 종군 기자에 의해 취재되고 촬영된 의병 사진을 보면 가슴 깊이부터 감동을 느낄 수 있다. 행색은 남루하고 그들이 가진 무기라고 해봐야 낡고 제대로 사용이나 가능할지 의심스러운 총기들이지만 그들의 눈빛은 뚜렷이 살아 있음을 볼 수 있다. 어린 아이도 있고 대부분은 하층민으로 보인다. 퇴직 군인으로 보이는 이만 전투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한다.
비록 녹슨 총기이고 훈련도 제대로 되지 않았을 테지만 일제에게는 이들만큼 눈의 가시도 없었을 것이다. 이미 임진왜란때에도 의병들이 일어나 나라를 구하지 않았던가. 그랬기에 이들은 더욱 잔인하게 탄압하고 이들을 짓밟았을 것이다. 비록 힘과 조직 모든 면에서 일제에게 상대가 될 수 없었겠지만 이들의 용기와 나라를 위한 일념은 분명히 꺾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인터뷰에서 밝힌 의병장의 말은 깊은 감동을 준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대한민국은 이들의 희생과 용기 위에서 일어난 것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지금도 전혀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호시탐탐 군사력을 확장해 나가는 일본을 철저히 경계해야 하겠다.
친일 역사는 끝까지 단죄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점에 잘 만들어진 드라마로 제작진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교과서 속에서 잠깐 보고 지나쳤던 의병들의 사진을 화면속에서 그대로 재현해 낸 연출에 전율을 느낄 수 있었다. 부끄럽기만 한 구한말의 역사이지만 이런 역사 속에서도 억압에 굴하지 않고 나라를 지켜 내기 위한 열망들이 있었음을 일깨워 주었다. 오늘날에도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 친일파에 대한 소재들도 보다 더 많이 영화나 드라마를 통하여 소개되었으면 좋겠다. 이 땅에 친일 매국세력은 발붙이고 살 수 없는 그런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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