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사상 초유의 바이러스인 코로나가 발현된지 7개월이 넘었지만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확산되며 나라간의 교류는 사실상 끊겼으며 우리네 일상도 예전과는 다른 시대로 접어들었다. 미래 세계에서나 가능할 것 같았던 원격 수업, 원격 근무 등이 빠르게 자리잡고 있으며 해외 출장길이 막히며 거의 모든 것이 또한 원격으로 대체되고 있다.
국제 관계 또한 사상 볼 수 없었던 각자도생의 혼란 속에 들어와 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코로나가 창궐하며 영향력을 상실하였으며 과거와 같은 지도력을 발휘할 수 없는 지경에 와 있다. 현 대통령인 트럼프가 보여주고 있는 무능함과 수준 낮은 대처는 미국이 이미 무너져 내리고 있음을 더욱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어떠한가? 중국은 코로나 발생과 확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초기에 제대로 막기는커녕 은폐하고 봉쇄에만 신경 쓴 나머지 전세계가 지금 코로나로 신음하고 있는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다.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이 상황이 끝나면 전세계는 반드시 중국에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2020년을 살아가는 인류는 최대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급속도로 진행되어 왔던 세계화, 규제 없는 이동, 여행의 자유를 만끽하며 지구촌이라 부를 만큼 가까워졌던 세계는 다시 멀어졌다.
이어즈 앤 이어즈(Years and Years)는 어떤 드라마?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었던 현상들을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에서 목도하고 있다. 이런 현실과 미래를 다루는 영화나 드라마 들도 많이 있는데 전염병의 유래와 확산을 다뤘던 컨테이젼도 그런 종류의 영화로 화제를 끌었었다.
이어즈 앤 이어즈(Years and Years)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현재 시점에서 바로 보고 있는 드라마이다.
정치, 사회, 환경, 가족 등의 주제를 한 가족의 시각에서 다루고 있는 SF요소의 블랙코메디 장르의 영국 드라마로 BBC와 HBO가 공동 제작하였다. 시대는 2019년부터 2034년까지의 현재부터 미래까지 펼쳐지는데 매우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영국의 유명 여배우 엠마 톰슨과 블랙미러에 출연했던 로리 키니어 등의 열연이 인상 깊은 드라마이다. 시즌이라고 할 것도 없이 총 6편으로 제작되었는데 결말을 보고 나면 왜 그런 것인지 이해가 빠를 것 같다. 편당 시간도 길지 않으며 흡입도가 높은 편이라 정주행하여 보기에 제격이다. 가볍게 볼 수 있는 내용은 아니라 꽤 무거운 주제들을 다루고 있는 점은 미리 알고 봐야 할 것 같다.
이어즈 앤 이어즈 결말/후기
한국의 이명박과 미국의 트럼프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사업을 하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정치를 해서는 안될 인물들인데 정치에 그것도 대통령이라는 최고위직에 올라 나라를 맡다 보니 부작용이 엄청난 것인데 한국은 이미 겪었고 미국은 그로 인하여 지금 혼돈에 빠져 있는 시간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어즈 앤 이어즈에 나오는 영국의 유력 정치인 비비언 룩(엠마톰슨)도 기업가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사람으로 설정되어 있다. TV토론에 나와 기상천외한 멘트를 날리며 관심과 주목을 끌더니 결국 정치에 뛰어들어 정권을 잡는 다는 마치 트럼프를 연상케 하는 행보를 보인다. 정책에 대한 이해도도 다른 후보들보다 떨어지며 엉뚱한 답변을 내놓기 일쑤지만 사람들의 속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언변과 행동으로 유력 정치인이 되는 것인 데 정치인과 이를 지지하는 대중들을 제대로 비유한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갈등을 벌이던 끝에 미국이 핵폭탄을 날리고 세계가 혼돈에 빠지는 와중에 은행들은 파산하고 그 여파는 이어즈 앤 이어즈 가족에게도 미치게 된다. 할머니와 부모는 나오지 않는 라이언스 가족들, 그들은 평범한 직장인, 공무원, 사회 운동가, 장애인 들이다. 사회 운동가를 제외하면 평범한 이웃들인데 더 깊이 들어가 보면 그렇게 평범하기만 한 가족은 아닌 것 같다. 중산층 백인 가장의 부인은 능력있는 회계사이기는 하지만 흑인 여성이며, 공무원은 동성애자이며 사회 운동가로 나오는 큰 딸도 성 정체성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역시 동성애자 같다. 장애인 막내딸은 싱글맘으로 아이들 둘을 키우고 있다. 이들의 가족들 중 큰 아들을 맡은 은행원의 딸은 4차원 같은 성격의 기계를 잘 다루는 수줍은 소녀이며 아예 기계가 되고자 하고 싱글맘이 키웠던 아들은 어릴 때부터 여자 옷을 계속 입더니 마지막 편에 보면 아예 여성으로 성전환을 한 것 같이 보인다.
세계도 급박하게 돌아가지만 이들 가족도 그렇게 평범하게 세상을 맞이하지는 않는 것인데 불륜, 난민 문제, 동성애 문제, 인종 차별 등의 문제를 겪으며 이들 가족에게도 큰 시련과 슬픔이 닥쳐 온다. 그 속에서 고령의 할머니는 중심을 잡고 그들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큰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발전하고 디지털화된 미래지만 경륜있는 어른의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고 중요한 것임을 보여 준다.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미래는 디스토피아적이다. 지구가 황폐화되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들 가족이 겪을 미래들은 이미 있었거나 실현될 수 있는 현실 들이다. 세계가 혼돈에 빠져들며 금융 시스템이 붕괴되어 자산이 날라가고 은행이 파산하고 그 개인들은 먹고 살기 위하여 발버둥치는 미래는 지금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당장 코로나 확산으로 인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실업의 공포와 어려움에 빠져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트랜스 휴먼 같은 개념은 생소한데 언젠가는 실현될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해보게 된다. 이 상황이 대한민국이 상황이라면 어떨까 생각을 해본다. 난민을 받아 들이고 그 난민 중에 한 사람과 동성애에 빠져 도피 행각을 벌이는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싶다. 조금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영국에서도 이들은 소수일 것이다. 적어도 겉으로는 차별받지는 않겠지만 역시 소수이다. 대한민국에서는 먼 미래에도 일어나기는 어려운 현상일 것 이다.
결말부에서 무능한 기업인 출신 정치인은 쫓겨나고 결국 정의는 승리한다는 메시지를 보여준다. 세상은 결국 선이 이긴다는 설정인데 무난한 결말인 것 같다. 어쨌든 우리가 생각하는 미래는 결코 유토피아는 아닐 것이다.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겠지만 낙관적이고 희망 가득 찬 미래는 아닐 것인데 이 드라마를 보면 그런 것을 더욱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이어즈 앤 이어즈는 현 코로나 시대에서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기 위하여 추천할 만한 드라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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